영화 《오디세이》를 뒤늦게 봤다. 172분짜리 영화를 어디에서 볼 것인지부터 고민했다. 이런 작품은 큰 화면과 사운드로 봐야 할 것 같아 용산 아이맥스가 떠올랐지만, 예매가 쉽지 않았다. 요즘 아내와 나 둘 다 허리가 불편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가까운 롯데시네마 가양의 리클라이너관을 선택했다.
긴 영화를 보기에는 오히려 잘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은 길었다. 중간에 결국 화장실에 한 번 다녀왔다. 그 시간을 감수하고도 만족도는 높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오디세이》(The Odyssey)는 호메로스에게 귀속되는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톰 홀랜드가 텔레마코스를, 앤 해서웨이가 페넬로페를 연기한다. 한국에서는 2026년 8월 5일 개봉했으며 러닝타임은 172분이다.
※ 아래에는 결말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복잡한 모험을 움직이는 단순한 욕망
나는 호메로스의 원작을 읽지 않았다. 영화가 무엇을 바꾸었고 어디까지 충실하게 옮겼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사전 지식 없이도 영화 자체는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
보고 나서 가장 선명하게 남은 것은 이 거대한 모험을 움직이는 동력이 의외로 단순하다는 점이었다. 오디세우스가 원하는 것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 아내와 아들을 다시 만나고 자신의 삶으로 복귀하고 싶어 한다.
마침 이기원 작가의 《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를 읽는 중이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스토리를 ‘욕망을 가진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으로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오디세이》는 이 정의와 놀랄 만큼 잘 맞는다.
목표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 하나인데, 그 앞에 놓인 장애물은 끝이 없다. 바다에서 살아남고 신과 괴물의 위협을 피하며 유혹을 견뎌야 한다. 사람과 가진 것을 잃고 자신의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순간을 지나면서도 귀환을 포기하지 않는다.
하나의 귀환에 겹친 여러 욕구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매슬로의 욕구 단계와도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먼저 살아남아야 하고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다음에는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으며, 끝에서는 자신의 자리와 존엄을 되찾으려 한다.
하나의 ‘귀환’ 안에 생존과 안전, 사랑과 소속, 존중의 욕구가 겹쳐 있다. 이 오래된 이야기가 지금도 낡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대와 환경이 달라져도 살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고 싶고, 빼앗긴 자리를 되찾고 싶은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마지막 복수가 회복으로 느껴진 이유
마지막의 복수는 매슬로의 단계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가장 통쾌한 순간 가운데 하나였다. 오디세우스가 견딘 시간을 따라온 뒤라 그 장면이 폭력보다는 빼앗긴 삶과 질서를 되찾는 과정으로 보였다.
그는 자신의 집을 되찾고 가족을 위협하던 사람들을 몰아낸다. 무너진 관계와 지위도 다시 세운다. 그래서 마지막의 싸움은 복수이면서 회복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긴 모험 끝에 놓인 것이 더 큰 영광이나 새로운 세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남은 것은 가족과 집이었다. 복수의 통쾌함에 긴 여정이 끝났다는 안도감, 돌아올 곳으로 돌아왔다는 감정이 겹쳤다.
《오디세이》는 결국 귀환에 관한 이야기였다. 살아남고, 돌아가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이야기다. 172분은 분명 길었지만 마지막에 도착하고 나니 그 여정을 함께 건너온 느낌이 남았다.
개인 평점: ★★★★☆ 4.5/5
P.S. 이번 글에서 잠깐 언급한 이기원 작가의 《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는 아직 읽는 중이다. 다 읽고 나면 영화가 아니라 책 자체에 집중해 따로 리뷰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