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누구나 한 번은 읽었으면 하는 책

예전에 읽은 책인데도 다른 사람에게 꾸준히 추천하게 되는 책이 있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그렇다. 짧은 소설인데, 읽고 나서 마음에 남는 질문은 가볍지 않다.

클레어 키건의 짧은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 표지 — 클레어 키건, 홍한별 옮김
『이처럼 사소한 것들』 한국어판 표지 · 이미지 출처: 예스24
  • 도서명: 이처럼 사소한 것들
  • 저자: 클레어 키건
  • 옮긴이: 홍한별
  • 출판사: 다산책방
  • 출간일: 2023년 11월 27일
  • 분량: 132쪽

모른 척하기 어려웠던 빌 펄롱의 선택

우리는 말로는 쉽게 정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부당한 일을 마주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일이 아니라며 지나치거나, 나서 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켜야 할 가족과 생활이 있다면 행동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 빌 펄롱도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수녀원에서 마주한 일을 모른 척하고 넘기지 못한다. 그가 맞서는 것은 눈앞의 부당함과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공동체의 관습이다. 두려움과 망설임 속에서도 용기를 냈기에 그의 선택이 감동적이었다.

책을 읽으며 충격을 받은 것은 이런 시설이 실제로 아일랜드에 존재했다는 사실이었다. 수녀회가 운영하며 여성들을 수용하고 강제노동을 시켰던 막달레나 세탁소는 마지막 시설이 1996년에야 문을 닫았다. 먼 옛날의 일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 가까운 시기다. 그렇게 오래 지속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도 외면했을까. 주인공의 선택을 보며 나 자신에게도 묻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적게 쓰고도 선명하게 전하는 문장

문장과 묘사도 무척 아름다웠다. 짧은 분량 안에서 인물의 마음과 주변 풍경이 선명하게 전해진다. 읽는 동안 잠시 멈춰 머물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클레어 키건의 문장을 읽으며 많이 쓰는 것과 잘 쓰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는 생각도 했다. 한국어로 읽으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니, 번역에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킬리언 머피의 침묵, 책으로 읽었을 때의 감동

영화는 OTT로 봤다. 주인공을 맡은 킬리언 머피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말보다 표정과 침묵으로 인물의 내면을 전해야 하는 역할인데, 망설임과 괴로움이 잘 느껴졌다.

머피 역시 책을 읽은 뒤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고 한다. 아내의 제안을 계기로 영화화에 나서 주연과 제작을 맡았다. 여러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했던 나로서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전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이해됐다.

영화도 볼 만했지만, 내게는 책으로 읽었을 때의 감동이 더 컸다. 문장을 따라가며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그의 선택 앞에서 내 생각을 멈춰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은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분량이 많지 않아 부담 없이 펼칠 수 있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정의를 말하는 일은 익숙한 우리에게, 실제로 행동할 용기가 있는지 조용히 묻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