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벤처 리뷰를 쓰며 바이브코딩으로 앱을 만드는 내 방식을 돌아봤다. 한 AI와 기획을 논의하고, 다른 AI에게 코딩을 맡긴 뒤, 또 다른 AI에게 검토를 부탁한다. 나 역시 작은 팀을 이끌고 있었다. 다만 그 팀을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모두 내 몫이다.
58명에서 7명으로 다시 설계한 회사

- 제목: 나노벤처
- 부제: 1명이 10,000명의 AI 조직원을 지휘하는 시대
- 저자: 송인혁, 이은영
- 출판사: 휴먼큐브
- 출간일: 2026년 9월 7일
처음에는 ‘나노벤처’라는 말이 생소했다. 저자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AI 시대의 조직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신조어다. 두 저자는 ‘리얼월드’를 운영하는 유니크굿컴퍼니의 공동대표다. 한때 58명까지 늘었던 회사를 AI 시대에 맞게 다시 설계해 7명 규모로 바꿨다고 한다.
숫자만 보면 인력 감축 사례로 읽힐 수 있다. 책에서 더 눈여겨볼 대목은 작은 인원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기획, 개발, 마케팅, 운영을 맡은 여러 AI 에이전트가 서로 일을 넘겨받아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인다. 사람이 그때그때 AI에게 질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업무 프로세스 안에 상시 배치한 조직이다.
사람의 역할은 실행에서 설계로 옮겨간다
이 구조에서 사람은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지 않는다. 목표를 정하고, 에이전트의 역할과 연결 방식을 설계하고, 결과를 판단하며, 필요한 순간에 개입한다. 여러 악기가 제 역할을 하도록 전체 흐름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터에 가깝다.
책 초반에 소개된 Cursor와 해외 사례를 보면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예전에는 서비스 하나를 만들기 위해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가 필요했다. 이제 한 사람이 다룰 수 있는 업무의 폭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그러자 회사는 반드시 커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사람이 늘면 실행력도 커지지만 보고, 회의, 조정에 쓰는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AI가 실질적인 업무 수행자가 된다면 작은 조직이 규모보다 연결 방식으로 경쟁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나는 아직 수동 오케스트레이터다
내가 앱을 만드는 방식에도 이미 이 변화의 초입이 보인다. AI와 기획을 다듬고 코드를 만든 뒤 다른 AI의 검토를 받는다. 예전이라면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을 일을 혼자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책이 말하는 나노벤처와는 차이가 크다. 지금의 나는 AI에게 일을 하나씩 지시하고 결과를 확인한 뒤 다음 작업을 다시 연결한다. 모든 AI 사이를 직접 오가는 ‘수동 오케스트레이터’인 셈이다. 여러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누고 스스로 다음 일을 이어받는 구조까지 만들 엄두는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 회사를 이 방식으로 재설계한 저자들의 시도가 더 크게 다가왔다.
AI가 가져올 큰 변화는 개인의 생산성 향상보다 조직의 구조에서 먼저 드러날지도 모른다. 직급과 부서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을까. 관리자는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일까, 사람과 AI가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일까.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이 질문들이 따라왔다.
『나노벤처』는 AI 이후의 회사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했다. 지금은 AI의 도움을 받아 앱을 만드는 수준이지만, 다음에는 반복 작업 하나라도 에이전트들이 이어받는 작은 흐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창업을 준비하거나 작은 팀의 운영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점검해 볼 만한 책이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