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코딩으로 여러 앱을 만들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만드는 앱 중 하나쯤은 바이브코딩을 하는 다른 사람에게 직접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첫 번째 앱을 출시할 때는 공공데이터를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배웠고, 두 번째 가계부 앱에서는 가까운 사용자의 피드백과 반복 테스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했다. 세 번째 앱에서는 내가 개발하면서 자주 마주친 불편을 풀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앱이 VibeTerms다.
AI의 설명을 알아듣지 못하는 순간
AI 덕분에 개발 경험이 많지 않아도 아이디어를 앱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나도 ChatGPT를 비롯한 여러 AI와 앱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있다.
직접 해보니 초보자에게는 코드 외의 장벽이 있었다. AI가 해결 방법을 알려줘도 그 안에 등장하는 개발 용어를 모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려웠다.
“환경 변수를 설정하세요.”
“의존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마이그레이션이 필요합니다.”
개발자에게 익숙한 말도 처음 바이브코딩을 접한 사람에게는 또 하나의 공부거리가 된다. 용어의 뜻을 모르면 AI의 답을 따라 해도 지금 무엇을 바꾸는지, 문제가 해결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바이브코딩 초보자를 위한 용어사전을 만들기로 했다.
500개에서 시작해 1,000개를 남겼다
처음 목표는 바이브코딩 중 모르는 용어를 쉽게 찾아보는 앱이었다. 검색으로 만날 수 있는 어려운 정의를 그대로 옮기고 싶지는 않았다. 초보자가 실제 개발 화면 앞에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했다.
각 용어에 한 줄 설명과 쉬운 비유를 넣고, 실제 개발에서 언제 등장하는지, AI가 어떤 문장으로 말하는지, 초보자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도 함께 담았다. 처음에는 약 500개를 생각했지만 개발 중 마주친 용어를 추가하면서 목록이 계속 늘었다. 너무 전문적이거나 겹치는 항목을 걷어낸 뒤 1,000개를 남겼다.
이 규모의 자료를 혼자 처음부터 조사하고 작성했다면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AI로 필요한 용어를 찾고 설명 초안을 만든 뒤 비슷한 내용을 빠르게 정리했다. 나는 초보자가 정말 이해할 수 있는지, 실제 바이브코딩에 필요한지 판단하며 넣고 뺄 항목을 골랐다. AI가 초안 시간을 줄여주면서 콘텐츠의 범위와 난이도를 결정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용어를 아는 것과 AI에게 시키는 것은 달랐다
앱을 만들면서 목표가 바뀌었다. API가 무엇인지 아는 것과 AI에게 “내 앱에 이 API를 이런 방식으로 연결해줘”라고 요청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초보자는 원하는 기능이 있어도 “이 기능 만들어줘”라고 말하기 쉽다. 요구사항이 모호하면 AI가 결과를 내놓아도 내가 생각한 기능과 달라질 수 있다. 무엇을 바꿔 말해야 하는지, 나온 결과를 어떻게 확인할지도 막막하다.
그래서 ‘실전’ 메뉴를 추가했다. 기획, 기능 구현, 데이터 연결, 테스트, 배포까지 실제 개발 과정에서 쓸 수 있는 AI 요청 방법을 40개의 시나리오로 만들었다. 문장을 복사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바꿀 부분과 결과를 확인하는 방법도 함께 담았다.
처음에는 “AI가 쓰는 개발 용어를 알아듣도록 돕는 앱”이었다. 만들고 나니 “AI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 원하는 일을 제대로 시킬 수 있도록 돕는 앱”에 가까워졌다.
검색할 때만 여는 사전에서 매일 보는 학습 앱으로
검색 기능만 있으면 모르는 단어가 생겼을 때만 앱을 열게 된다. 개발 용어를 조금씩 익힐 수 있도록 오늘의 학습과 퀴즈를 추가하고,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용어가 나오지 않도록 수준별 학습 단계도 나눴다.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을 더하기보다는 하루에 조금씩 익히는 방향을 택했다. 검색 중심으로 시작한 VibeTerms는 오늘의 학습, 퀴즈, 수준별 학습, 실전 시나리오를 갖춘 바이브코딩 학습 앱으로 바뀌었다.
1,000개 용어를 세 언어로 관리하기
처음부터 해외 출시를 크게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바이브코딩을 시작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앱이 우선이었다.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한국어로만 제한할 이유도 없었다.
AI를 활용해 한국어를 기준으로 영어와 일본어 콘텐츠를 만들고, 어색한 문장과 개발 용어를 다시 확인했다. 직접 두 언어를 모두 번역했다면 시간과 비용 때문에 시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VibeTerms는 한국어·영어·일본어를 지원한다. 1,000개 용어가 세 언어로 늘어 사실상 3,000개의 설명을 관리하게 됐다.
번역만으로 다국어 앱이 끝나지는 않았다. 언어마다 문장 길이가 달라 화면을 다시 확인했고, 스토어 소개와 스크린샷도 언어별로 준비했다. 다국어 콘텐츠를 만드는 부담은 AI가 낮춰줬지만, 각 언어에서 화면과 표현이 자연스러운지는 직접 확인해야 했다.
7주와 여덟 번의 테스트 뒤 세 번째 출시
VibeTerms는 2026년 7월 4일 기획을 시작해 약 7주 뒤인 8월 20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공개했다. 출시 시점에는 1,000개의 용어와 40개의 실전 시나리오, 오늘의 학습, 퀴즈, 수준별 학습이 들어가 있었다.
정식 출시 전까지 여덟 차례 비공개 테스트 버전을 배포하며 실제 환경에서 불편한 부분을 고쳤다. 이번에는 프로덕션 승인을 한 번에 받아 별도의 보완 과정 없이 출시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앱을 내면서도 앱을 만드는 일과 출시하는 일은 다르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AI가 코드를 빠르게 작성해도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내용이 초보자에게 맞는지 살피고, 실제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일은 내 몫이었다.
플레이스토어에 올라갔다고 VibeTerms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실제 사용자들이 어떤 용어를 어려워하는지, 어떤 설명에서 막히는지, 어떤 실전 프롬프트가 도움이 되는지를 보며 계속 고쳐야 한다. 출시가 끝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배우기 시작하는 시점에 가깝다.
내가 원하는 것은 세 번째 출시 기록을 하나 더 남기는 데 있지 않다. 언젠가 누군가 바이브코딩을 시작하려 할 때 “처음 시작한다면 VibeTerms 한번 써봐”라는 추천을 자연스럽게 받는 앱이 됐으면 한다. 초보 바이브코더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앱으로 인정받는 것이 다음 목표다.
내 바이브코딩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앱을 만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는 중이다. 열심히 만든 모든 앱이 반응을 얻거나 성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내가 이걸 어떻게 만들어”라고 생각하고 끝냈다. 이제는 AI와 함께 일단 만들어 실제로 내놓아볼 수 있다.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다음 앱에 쓸 경험도 남는다.
계속 만들다 보면 그중 하나쯤은 대박 나는 앱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지금 만드는 앱일 수도 있고, 아직 떠올리지 못한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만들어보고, 출시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치는 것이다.
VibeTerms도 그 과정을 거쳐 플레이스토어에 도착했다. 바이브코딩으로 만든 앱이 다른 사람의 바이브코딩을 돕고, 그 경험은 다시 다음 앱을 만드는 데 쓰인다. 나는 지금 다시 다음 앱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