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남고, 그들은 하나둘 떠나간다: 2020년대에 세상을 떠난 내 시대의 음악인들

나는 지금도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에 발표된 음악을 자주 듣는다. 록을 중심으로 팝과 소울, 재즈, 영화음악까지, 젊은 시절에 알게 된 음악들이 여전히 내 음악 감상의 중심을 차지한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후, 오랫동안 익숙했던 음악인들의 부고를 유난히 자주 접하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그들이 언제까지나 무대에 있을 것처럼 느껴졌지만, 어느덧 한 사람씩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이 글은 2020년대 세상을 떠난 음악인들을 추모하는 명단이라기보다, 그들의 음악과 함께 나이를 먹어온 한 사람의 개인적인 기록에 가깝다.

에디 반 헤일런, 기타 연주의 기준을 바꾸다

2020년 10월 6일에는 Van Halen(반 헤일런)의 기타리스트 Eddie Van Halen(에디 반 헤일런)이 65세로 세상을 떠났다.

〈Eruption〉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기타 연주와 〈Jump〉, 〈Panama〉 같은 곡은 1980년대 하드록을 대표한다. Michael Jackson(마이클 잭슨)의 〈Beat It〉에서 기타 솔로를 연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양손을 이용한 태핑 연주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며 이후 수많은 기타리스트에게 영향을 주었다. 사망증명서에는 뇌졸중이 직접 사인으로 기록됐으며, 폐암과 폐렴, 골수이형성증후군 등이 관련 원인으로 기재됐다.

올리비아 뉴턴존, 영화와 음악으로 남은 목소리

영화 《Grease(그리스)》의 Sandy(샌디)로 기억되는 Olivia Newton-John(올리비아 뉴턴존)은 2022년 8월 8일,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Hopelessly Devoted to You〉, 〈Physical〉, 〈Xanadu〉, 〈I Honestly Love You〉 등은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따뜻한 이미지는 록이나 팝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친숙했다.

그는 1992년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재발과 전이를 겪으며 약 30년간 투병했다. 마지막에는 전이성 유방암과 싸우고 있었다.

크리스틴 맥비, 플리트우드 맥의 따뜻한 한쪽

Fleetwood Mac(플리트우드 맥)의 보컬과 키보드를 담당했던 Christine McVie(크리스틴 맥비)는 2022년 11월 30일, 79세로 세상을 떠났다.

Fleetwood Mac에는 Stevie Nicks(스티비 닉스)의 신비롭고 강렬한 음악이 있는 한편, Christine McVie의 따뜻하고 서정적인 음악이 있었다. 〈Songbird〉, 〈Everywhere〉, 〈You Make Loving Fun〉은 그가 밴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직접 사인은 허혈성 뇌졸중이었으며, 원발 부위를 알 수 없는 전이성 암도 관련 원인으로 기록됐다.

제프 벡, 기타로 노래한 사람

Jeff Beck(제프 벡)은 2023년 1월 10일, 세균성 뇌수막염에 갑작스럽게 감염돼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The Yardbirds(야드버즈)와 Jeff Beck Group(제프 벡 그룹)을 거친 그는 블루스와 록, 재즈 퓨전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Blow by Blow》와 〈Cause We’ve Ended as Lovers〉를 들으면, 그에게 기타는 반주 악기가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와 같은 악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상업적인 성공만을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연주 세계를 지켰기에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카모토 류이치, 여백과 쓸쓸함을 남긴 음악

내가 특히 좋아했던 Ryuichi Sakamoto(사카모토 류이치)는 2023년 3월 28일, 71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Yellow Magic Orchestra(옐로 매직 오케스트라)의 멤버로 전자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후 솔로 음악과 영화음악을 통해 클래식과 전자음악, 앰비언트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와 〈Energy Flow〉, 영화 《The Last Emperor(마지막 황제)》의 음악에는 화려함보다는 여백과 쓸쓸함이 있다. 그의 피아노를 듣고 있으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천천히 밀려오곤 한다.

2014년 구인두암 치료를 받았던 그는 2021년 직장암 진단 사실을 공개한 뒤 암 투병을 이어갔다.

티나 터너, 무대 위에서 폭발했던 생명력

1970년 Tina Turner

‘로큰롤의 여왕’ Tina Turner(티나 터너)는 2023년 5월 24일, 83세로 세상을 떠났다.

〈Proud Mary〉,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The Best〉에서 들려준 거친 목소리와 폭발적인 무대는 누구도 쉽게 흉내 내기 어려웠다. Ike Turner(아이크 터너)와 결별한 뒤 1980년대 솔로 가수로 화려하게 재기한 삶 역시 그의 음악만큼이나 강렬했다.

그는 스위스 자택에서 오랜 투병 끝에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뇌졸중과 장암, 신장질환을 겪었으며 신장이식 수술도 받았다.

토니 베넷, 마지막까지 노래했던 신사

미국 스탠더드 팝과 재즈 보컬을 대표했던 Tony Bennett(토니 베넷)은 2023년 7월 21일, 96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대표곡은 단연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다. 유행에 따라 자신의 음악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말년에는 Lady Gaga(레이디 가가)와 함께 노래하며 젊은 세대와도 만났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2016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한동안 녹음과 공연 활동을 이어갔다.

시네이드 오코너, 한 곡만으로도 잊기 어려운 가수

Sinéad O’Connor(시네이드 오코너)는 2023년 7월 26일, 불과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Prince(프린스)가 만든 〈Nothing Compares 2 U〉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장면 가운데 하나다. 삭발한 머리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던 눈빛, 노래가 끝날 무렵 흘리던 눈물은 지금 보아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사망증명서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기관지 천식의 악화, 하기도 감염이 사인으로 기록됐다.

에릭 카먼, 노래가 이름보다 더 유명했던 가수

〈All by Myself〉와 〈Hungry Eyes〉의 Eric Carmen(에릭 카먼)은 2024년 3월 10일,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파워팝 밴드 Raspberries(라즈베리스)에서 〈Go All the Way〉를 불렀고, 솔로 활동을 시작한 뒤 서정적이고 극적인 발라드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이름을 바로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도 노래를 들으면 대부분 익숙하게 느낄 것이다.

가족은 그가 잠든 사이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으며,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노래와 영화 사이를 오간 사람

Kris Kristofferson(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은 2024년 9월 28일, 하와이의 자택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Me and Bobby McGee〉,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등을 쓴 컨트리 음악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였다. Johnny Cash(조니 캐시), Willie Nelson(윌리 넬슨), Waylon Jennings(웨일런 제닝스)와 함께 The Highwaymen(하이웨이맨)으로 활동했으며 영화 《A Star Is Born(스타 탄생)》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배우로도 활약했다.

로버타 플랙, 속삭이듯 깊이 노래하다

Roberta Flack(로버타 플랙)은 2025년 2월 24일,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와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은 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얼마나 깊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클래식 피아노를 공부한 그는 재즈와 소울, 팝을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그는 2022년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ALS를 진단받았으며 더 이상 노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린 바 있다.

브라이언 윌슨, 밝은 바다 뒤에 숨은 고독

1977년 Brian Wilson

The Beach Boys(비치 보이스)의 음악적 중심이었던 Brian Wilson(브라이언 윌슨)은 2025년 6월 11일,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Good Vibrations〉, 〈God Only Knows〉, 〈Wouldn’t It Be Nice〉와 앨범 《Pet Sounds》는 팝 음악이 어디까지 정교하고 예술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The Beach Boys의 음악은 햇빛과 바다, 젊음을 노래했지만 Brian Wilson의 작품 안에는 깊은 고독과 불안도 함께 존재했다. 공개된 기록에는 호흡정지가 직접 사인으로, 패혈증과 방광염 등이 관련 원인으로 기재됐다.

오지 오스본, 헤비메탈의 시작을 함께한 목소리

Ozzy Osbourne 인물 사진

Black Sabbath(블랙 사바스)의 보컬 Ozzy Osbourne(오지 오스본)은 2025년 7월 22일, 76세로 세상을 떠났다.

〈Paranoid〉, 〈War Pigs〉, 〈Iron Man〉은 헤비메탈이라는 장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곡들이다. 솔로 활동에서도 〈Crazy Train〉과 〈Mr. Crowley〉 등을 남겼다.

기괴하고 어두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다른 보컬로 대체하기 어려운 개성이 있었다. 공개된 기록에는 병원 밖 심정지와 급성 심근경색이 주요 사인으로, 관상동맥질환과 자율신경 기능장애를 동반한 파킨슨병이 관련 요인으로 기재됐다.

사람은 떠나도 음악은 남는다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적고 있으면 단순히 유명 음악인의 부고를 정리하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내가 좋아했던 음악을 만들고 연주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무대에서 내려오는 과정을 바라보는 느낌에 가깝다. Eddie Van Halen의 기타와 Olivia Newton-John의 목소리, Jeff Beck의 연주와 Ryuichi Sakamoto의 피아노가 더 이상 새롭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허전하다.

젊은 시절에는 좋아하는 음악인이 세상을 떠나는 일을 지금처럼 자주 경험하지 않았다. 이미 세상을 떠난 전설의 음악을 찾아 듣기도 했지만, 동시대에 활동하던 사람들이 사라지는 상실감은 조금 다르다. 그들의 죽음은 나 역시 그 음악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래도 사람은 떠나지만 음악은 남는다.

오래전에 즐겨 듣던 노래의 재생 버튼을 누르면 그 음악을 처음 들었던 장소와 계절, 그 시절의 감정이 함께 돌아온다. 새 음악을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지만, 그들이 남긴 음악 속에서 우리는 몇 번이고 다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