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일에 30년 국채 ETF를 계속 보유하기로 한 이유

2026년 7월 1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1월 이후 처음 이뤄진 인상이며 금융통화위원 7명 모두가 찬성했다.

금리가 오른 날, 나는 퇴직연금 계좌에 들어 있는 30년 국채 ETF를 다시 들여다봤다. 이미 적지 않은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특히 한국 30년 국채 ETF의 손실이 주식 ETF에서 얻은 수익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당장 매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금리 인상기에 장기국채를 들고 있는 선택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기준금리와 앞으로의 장기채 가격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2023년 초, 왜 30년 국채를 샀을까

2022년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을 때 퇴직연금 계좌에서 주식과 다른 흐름을 보일 자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미 빠르게 올라온 상태였다. 언젠가는 인상이 끝나고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자와 분배금뿐 아니라 금리 하락에 따른 시세차익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중단기 국채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30년 국채 ETF를 선택했다. 금리가 내려가면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가격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전망의 방향보다 문제였던 것은 시간이었다.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됐고,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은 에너지 가격과 환율의 변동성을 키웠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계속 늦어졌으며 장기시장금리는 오히려 더 올랐다. 높은 금리 민감도는 기대했던 수익이 아니라 큰 평가손실로 돌아왔다.

국채는 안전해도 장기국채 ETF는 안정적이지 않다

이번 투자에서 가장 분명하게 배운 점은 국채의 신용위험이 낮다는 사실과 국채 ETF의 가격 변동성이 낮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30년 국채 ETF는 금리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장기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ETF 가격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금리가 내려갈 때는 큰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올라갈 때는 주식 못지않은 하락을 경험할 수 있다.

채권 ETF는 개별 채권처럼 정해진 만기에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도 아니다. 개별 채권은 시간이 흐르면 잔존 만기가 짧아지고 만기에 원금을 상환받는다. 반면 장기국채 ETF는 만기가 줄어든 채권을 내보내고 새로운 장기채를 계속 편입한다. 몇 년을 보유해도 ETF의 만기가 자연스럽게 짧아지지 않으며 투자자는 장기금리 변동 위험을 계속 부담한다.

한국 장기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전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 원화 가치, 국채 발행 물량, 보험사와 연기금의 초장기채 수요, 기간 프리미엄이 함께 영향을 준다.

환노출 미국 국채 ETF라면 원화 약세가 미국채 가격 하락을 일부 완충할 수 있지만 한국 국채 ETF에는 그런 효과가 없다. 돌아보면 나는 채권에 분산투자했다기보다 한국 장기금리 하락이라는 한 방향에 생각보다 크게 베팅했던 셈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이유

한국은행은 이번 인상의 근거로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을 함께 들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 근원물가 상승률은 2.5%로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돌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늘고 소비도 회복되면서 성장세 역시 예상보다 강해졌다.

환율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가계대출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도 확대됐다. 경기 침체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할 상황은 아니지만 물가와 부채를 그대로 두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더 중요한 대목은 앞으로의 방향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한 번으로 인상이 끝났다고 말하지 않았다. 물가 압력과 경기 개선, 금융안정 상황을 보며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는 달라질 수 있어 특정 금리 수준을 확정된 경로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계속 보유하는 세 가지 이유

1. 악재가 장기채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본다

채권시장은 현재 기준금리보다 미래의 금리 경로를 먼저 반영한다. 오늘 기준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장기채 가격이 반드시 오늘부터 계속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면 실제 결정은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수 있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오르는 중에도 시장이 물가 정점과 인상 종료를 예상하기 시작하면 장기금리는 먼저 내려갈 수 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원화 약세, 국채 공급 부담과 초장기채 수요 약화가 지금의 높은 장기금리에 이미 반영돼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강해지거나 환율이 급등하고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2023년 초와 비교하면 이제는 상승 위험뿐 아니라 향후 안정과 하락 가능성도 함께 볼 수 있는 구간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2. 손실을 키운 금리 민감도가 반등 때도 작용한다

30년물은 금리가 오를 때 크게 하락했지만, 물가가 안정되고 장기금리가 내려가면 중단기채보다 가격 상승 폭이 클 수 있다. 손실을 키운 높은 듀레이션이 반대 방향에서도 작용하는 구조다.

단순히 금리가 더 오르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미 있는 가격 회복을 위해서는 장기금리가 실제로 내려가야 한다. 시점을 알 수는 없지만 퇴직연금은 당장 사용할 생활자금이 아니어서 시간을 두고 기다릴 수 있다.

3. 최초 투자 논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매도하면 장기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이 확정된다. 손실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손실이 없는 것은 아니며, 매입가격만 바라보고 무조건 버티는 것도 올바른 전략은 아니다.

그럼에도 금리 사이클이 언젠가 바뀔 것이라는 투자 논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전체 퇴직연금에서 감당할 수 있는 비중이라면 급하게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크게 오른 금리를 보고 장기채를 모두 정리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금리 방향성 베팅이 될 수 있다.

보유하되 위험을 더 늘리지는 않는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낮아졌다”와 “곧 회복한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기준금리가 더 오르고 장기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오래 머물 수 있다. 이 경우 가격은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분배금만 천천히 쌓일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장기채 수급이 다시 나빠지면 추가 손실도 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적극적인 추가 매수가 아니라 기존 물량을 유지하며 기다리는 전략이다. 새로 들어오는 퇴직연금 납입금과 분배금까지 전부 30년물에 넣지는 않을 생각이다. 새로운 자금은 단기채나 5년에서 10년 정도의 중기 국채 ETF로 나눠 계좌 전체의 듀레이션을 낮추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기존 30년물의 반등 가능성은 남겨두되 같은 방향으로 위험을 계속 확대하지 않으려는 선택이다.

특정 ETF가 아니라 계좌 전체를 본다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주식 ETF의 이익을 장기국채 ETF의 손실이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한 채권이 계좌 수익률을 깎고 있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특정 ETF 하나가 아니라 계좌 전체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장기국채 비중이 너무 크다면 주식 위험을 줄이는 분산투자가 아니라 장기금리 방향에 대한 또 다른 집중투자가 된다.

앞으로의 과제는 손실을 빨리 만회하는 일이 아니다.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다시 확인하고, 장기채 비중이 은퇴 시점과 위험 감수 수준에 맞는지 점검하는 일이다.

추가 매수 없이 만기를 분산하기로 했다

가장 큰 실수는 금리가 언젠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 자체가 아니었다. 금리가 내려가는 데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는지, 그동안 30년 국채 ETF가 얼마나 크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금리의 방향만 맞혀서는 부족했다. 인플레이션의 지속 기간과 환율, 장기채 수급, 국채 공급, 중앙은행의 정책 속도까지 함께 봐야 했다.

오늘의 금리 인상은 단기적으로 30년 국채에 우호적인 소식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기존 물량을 계속 보유하려 한다. 퇴직연금의 긴 투자기간을 활용해 장기금리가 안정되는 시기를 기다리되, 추가 매수로 위험을 확대하지 않고 새 자금의 만기를 분산할 생각이다.

이번에는 시장의 다음 움직임을 단정하기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비중과 시간을 기준으로 기다려 보려고 한다.

투자 관련 안내

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과 판단을 정리한 기록이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보유를 권유하는 투자 자문이 아니다. 채권과 채권 ETF도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초장기채 ETF는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 퇴직연금 계좌의 투자 가능 상품과 위험자산 한도, 세금 및 중도인출 조건은 계좌 유형과 금융회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투자 전 상품설명서와 투자설명서를 확인하고 투자 기간, 위험 감수 능력, 은퇴 시점과 전체 자산 구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