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워크》 리뷰: 반세기를 걸어 영화가 된 스티븐 킹의 첫 장편

최근 영화 《롱 워크》를 봤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원작보다 먼저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궁금해졌다. 내게 이번 《롱 워크》 리뷰의 중심은 데스게임의 긴장감보다 한 작품이 반세기를 건너온 과정에 있다.

영화 롱 워크 The Long Walk 2025 포스터
영화 《The Long Walk》(2025) 포스터. 이미지 출처: Wikipedia / Lionsgate
  • 원제: The Long Walk
  •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Francis Lawrence)
  • 각본: JT 몰너(JT Mollner)
  • 주요 출연: 쿠퍼 호프먼, 데이비드 존슨, 마크 해밀
  • 장르: 디스토피아·서바이벌 스릴러
  • 러닝타임: 108분
  • 원작: 스티븐 킹 《The Long Walk》(1979)

스티븐 킹이 가장 먼저 끝까지 쓴 소설

《롱 워크》는 스티븐 킹이 메인대학교 신입생이던 1966~1967년에 쓰기 시작한 장편이다. 출간 순서로는 첫 책이 아니지만, 그가 완성한 첫 장편으로 알려져 있다. 《캐리》가 출간되기 약 8년 전의 일이다.

작품은 곧바로 독자를 만나지 못했다. 스티븐 킹이 《캐리》와 《샤이닝》으로 이름을 알린 뒤인 1979년, 본명이 아닌 리처드 바크먼(Richard Bachman)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바크먼이라는 필명은 이미 유명해진 자신의 이름을 걷어내고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확인하려는 실험이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로맹 가리가 떠올랐다.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해 두 번째 공쿠르상을 받았다. 두 작가의 사정은 다르지만, 유명 작가가 다른 이름 뒤에 작품을 숨겼다는 점은 닮아 있다.

우리는 작품만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표지에 적힌 이름도 함께 읽는다. 《롱 워크》가 무명 작가 리처드 바크먼의 책이던 때와 스티븐 킹의 첫 장편으로 불리는 지금, 같은 문장도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1960년대에 쓰인 데스게임

설정은 단순하고 잔인하다. 젊은 참가자들이 정해진 속도 이상으로 계속 걸어야 한다. 뒤처지거나 멈추면 죽고, 마지막 한 사람만 살아남는다.

데스게임은 이제 익숙한 장르가 됐다. 이 이야기가 1960년대에 쓰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당시 젊은 세대가 느꼈을 전쟁과 징병, 권위주의적 체제와 거대한 시스템 앞의 무력감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다. 영화 속 걷기는 체력 경쟁인 동시에 명령에 순응하는 인간을 소모하는 과정이다.

반세기 뒤 달라진 《롱 워크》의 결말

영화는 원작의 결말을 크게 바꿨다. 구체적인 내용은 적지 않겠지만, 원작의 결말이 냉혹함과 허무에 더 가까이 있다면 영화는 두 주인공의 우정과 희생, 시스템에 대한 저항을 앞에 놓는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관계가 중심이 됐기 때문에 영화의 선택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마지막에는 누가 살아남느냐보다 그 관계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었다. 뜻밖의 반전은 아니었지만 나는 영화가 고른 방향이 마음에 들었다.

제작진 인터뷰에 따르면 스티븐 킹도 이 큰 변경을 승인했다. 그가 처음 이 이야기를 쓴 때와 영화가 나온 2025년 사이에는 거의 60년이 놓여 있다. 젊은 시절 쓴 작품을 다른 세대의 영화인이 바꾸는 일을 노년의 작가가 받아들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원작의 냉혹함을 그대로 옮기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지금의 관객에게 연대와 저항의 가능성을 조금 더 남기는 쪽을 택했다. 같은 이야기도 시대를 건너면 다른 결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택이었다.

쌓인 책 사이에서 원작은 잠시 보류

영화를 보고 나니 원작도 읽고 싶어졌다. 현실적으로는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

《롱 워크》 원작은 당분간 영화와 다른 지점을 찾아보는 정도로 만족하려 한다. 언젠가 읽을 책 더미가 조금 줄어들면 그때 다시 만나도 좋겠다. 지금은 읽겠다는 약속보다 보류한다는 결정이 솔직하다.

오래 쓰는 작가를 계속 만나는 일

얼마 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부음을 접했을 때 마음이 꽤 안타까웠다.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때의 마음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리뷰에 남겨두었다.

이번에는 또 다른 다작 작가 스티븐 킹을 생각했다. 그는 노년에 접어든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대학 신입생 때 쓴 작품이 반세기 뒤 영화가 되고, 그 영화를 새로운 세대가 다시 이야기한다. 한 작가가 오래 활동해야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롱 워크》는 끝없이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스티븐 킹의 첫 장편도 오랜 시간 사라지지 않고 걸었다. 다른 이름으로 출간됐고, 작가의 이름을 되찾았으며, 마침내 영화가 되어 관객을 만났다.

그 긴 시간을 알고 나니 제목이 전과 다르게 느껴졌다. 이제 노년의 스티븐 킹도 건강하게 조금 더 오래 걸었으면 좋겠다. 아직 만나지 못한 이야기를 더 남겨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