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유효한 조언,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리뷰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표지

최인아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를 읽은 것은 3년쯤 전이다. 당시에는 느낀 것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구체적인 문장이나 내용은 많이 흐릿해졌다. 다만 그때 내가 남겨둔 한줄평은 남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꼰대처럼 읽혔겠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글이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꽤 솔직한 감상이었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요즘처럼 회사와 일에 대한 감각이 많이 달라진 시대에는 성실함, 프로페셔널, 자기다움, 오래 버티며 쌓아가는 힘 같은 이야기가 다소 낡은 조언처럼 들릴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또 열심히 살라는 말인가” 하는 식의 기성세대식 충고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게만 읽히지 않았다. 오랜 직장생활을 해온 사람의 입장에서, 그리고 앞으로 남은 직장생활과 그 이후의 삶까지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책 정보

  • 제목: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부제: 최인아 대표가 축적한 일과 삶의 인사이트
  • 저자: 최인아
  • 출판사: 해냄
  • 출간일: 2023-04-19
  • 쪽수: 344쪽
  • ISBN: 9791167140609

내가 가진 것에서 출발하라는 말

책 제목인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말은 얼핏 보면 자기계발서식 구호처럼 들린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제목은 방향이 조금 다르다. 우리는 흔히 “세상이 원하는 것을 내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원하는 역량, 시장이 원하는 스펙, 사람들이 인정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려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이미 내가 가진 것에서 출발하라고 한다. 내가 가진 경험, 태도, 감각, 성실함, 실패, 일하는 방식, 오래 축적한 전문성을 그냥 묻어두지 말고, 세상이 알아보고 필요로 할 수 있는 형태로 다듬으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 제목은 이렇게 풀어볼 수 있다.

남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나를 지우지 말고, 내가 오래 쌓아온 것을 세상이 필요로 하는 가치로 바꾸어라.

이 지점이 내게는 중요하게 다가왔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스펙을 쌓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미 내가 쌓아온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혼자만의 경험이나 추억으로 남겨두지 않고,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형태로 바꾸는 일이다.

자기다움은 결과로 표현되어야 한다

최인아 작가가 제일기획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단순히 조직에 잘 적응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언어 감각과 생각하는 힘을 광고회사와 시장이 원하는 결과물로 바꾼 사람이다. 글을 잘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품과 브랜드와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짧고 강한 문장으로 표현해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기다움이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나답게 살겠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자기다움은 결국 실력과 결과로 증명되어야 한다. 내가 가진 것이 세상에 닿으려면, 그것이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언어와 형식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막연한 위로의 책이라기보다는 일하는 사람에게 꽤 엄격한 질문을 던지는 책에 가깝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무엇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가. 이런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자기다움을 말하기는 어렵다.

AI 시대에도 이 조언은 유효한가

나는 이 책이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한지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지금은 AI가 사람의 역량과 역할까지 빠르게 침범하는 시대다. 글쓰기, 요약, 번역, 코딩, 자료 정리, 보고서 작성 같은 일은 이미 AI가 상당 부분 대신하거나 보조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일이 AI와 함께 수행되거나, 아예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조언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

나는 오히려 AI 시대에 더 중요한 조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새롭게 번역해야 한다.

AI가 잘하는 것은 일반화 가능한 일이다. 누구나 비슷하게 할 수 있는 일, 정해진 패턴이 있는 일, 자료를 정리하고 문장을 만드는 일은 점점 AI가 더 빠르고 능숙하게 처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사람에게 더 중요해지는 것은 단순히 “무엇을 할 줄 아는가”가 아닐 것이다.

중요한 질문은 달라진다.

  • 나는 어떤 맥락을 알고 있는가.
  • 나는 어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할 수 있는가.
  • 나는 AI가 만든 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가.
  • 나는 내 경험과 관점을 AI로 더 크게 확장할 수 있는가.
  • 나는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꿀 수 있는가.

이렇게 보면 최인아의 조언은 여전히 살아 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특정 조직의 맥락, 오랜 현장 경험, 사람 사이의 미묘한 이해관계,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감각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AI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어떤 결과가 쓸모 있는지, 어디에 적용해야 하는지는 결국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AI 시대의 이 책 제목은 이렇게 다시 읽을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단, 이제는 AI와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내가 가진 것을 더 선명하고 쓸모 있게 만들어라.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것을 제대로 아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세상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일이다. AI 시대에는 이 과정이 더 쉬워질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치열해질 수도 있다. 누구나 AI를 이용해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중요한 것은 그 사람만의 경험과 판단, 그리고 오래 쌓아온 관점일 것이다.

읽고 난 뒤 남은 생각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꼰대처럼 읽힐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성실함, 프로의식, 자기다움 같은 말은 쉽게 낡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말들이 전부 낡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내가 무엇을 쌓아왔고 그것을 어떻게 세상과 연결할 것인지는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3년 전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것도 아마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회사 안에서든, 퇴직 이후의 삶에서든, 혹은 AI가 일의 방식을 바꿔놓는 미래에서든 결국 나를 지탱하는 것은 내가 오래 축적한 것들이다. 다만 그것을 나만 아는 방식으로 간직해서는 부족하다. 세상이 원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예전에 남겨둔 한줄평을 지금의 감각으로 조금 덧붙여보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꼰대처럼 읽혔겠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글이었다. 그리고 AI가 사람의 역할까지 침범하는 시대에는, 오히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묻고 그것을 세상이 원할 형태로 바꾸라는 이 조언이 더 절실해졌다.

마무리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는 일과 삶을 오래 생각해온 사람에게 특히 잘 맞는 책이다. 모든 문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세상과 연결할 것인지 묻는 데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에게도 여전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