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한 번 맡겼더니 1시간 만에 1만 원이 나갔다

AI 에이전트에게 비교적 큰 작업 하나를 맡겼다. 나는 연결해둔 ChatGPT가 계속 처리할 것으로 생각했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Gemini API 사용료가 1만 원을 넘었다.

Hermes Agent가 작업 일부를 Gemini에 위임하고 있었다. ChatGPT 한도가 끝나 폴백한 것이 아니었다. 에이전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서브작업을 다른 모델에 나눠준 결과였다. 기능은 영리했지만 비용은 내 예상 밖에서 발생했다.

그때 분명히 알았다. 내가 AI에게 한 번 일을 시켰다고 해서 모델 호출도 한 번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율성이 높은 에이전트는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여러 모델과 여러 번 통신한다. AI 에이전트 비용은 기본 모델의 구독료만으로 계산할 수 없었다.

앱 세 개를 만들고 나서 보인 구독료

현재 ChatGPT Plus와 Claude Pro를 함께 구독하고 있다. ChatGPT Plus는 월 2만9천 원, Claude Pro는 22달러 정도다. 합치면 매달 6만 원이 조금 넘는다. Gemini Pro는 이벤트 혜택으로 무료 이용 중이지만 9월 중순이면 끝난다. 추가 유료 구독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까지 출시한 앱은 세 개다. 앱 수익보다 AI 구독료가 더 크다. 숫자만 보면 적자다.

그래도 이 비용을 단순한 소비로 보지는 않는다. 바이브코딩이 아니었다면 직접 앱을 만들어 Play Store에 출시한다는 생각부터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개발 언어와 도구, 오류 해결, 빌드와 테스트, 스토어 심사, 개인정보 처리방침, 광고 연동까지 비개발자가 혼자 넘어야 할 장벽이 높았다.

AI는 그 장벽을 낮췄다. 모르는 것을 바로 묻고, 코드를 만들고 고치며, 오류 원인을 함께 찾았다. AI가 모든 일을 대신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앱 세 개를 출시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됐다. 구독료는 개발 도구이자 학습비에 가깝다.

문제는 구독제도 무제한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이브코딩은 일반 질문과 사용 패턴이 다르다. 코드베이스를 읽고 기능을 추가한 뒤 오류를 분석하고 다시 빌드한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컨텍스트도 커진다. 몇 시간 단위 한도와 주간 사용량이 빠르게 줄어든다.

좋은 AI를 고르는 일만큼 사용량을 어디에 배분할지도 중요해졌다.

프로젝트의 메인 AI는 바꾸지 않는다

ChatGPT와 Claude의 남은 사용량을 보며 작업을 나누지만, 한 프로젝트를 두 AI에게 무작정 번갈아 맡기지는 않는다. 프로젝트마다 메인 AI를 정한다. 한 모델이 구조와 그동안의 의사결정을 이어가는 편이 안정적이다.

AI를 바꿀 때마다 프로젝트를 다시 설명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코드를 고치다 보면 구조적 일관성이 깨질 수 있다. 메인 AI가 전체 흐름을 맡고, 독립적으로 떼어낼 수 있는 작업만 다른 모델로 넘긴다. 문서 작성, 특정 오류 분석, 기능 아이디어 검토가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AI는 사용량 분산뿐 아니라 검증에도 쓴다. 중요한 기능이나 구조 변경이 끝나면 다른 모델에 구현의 허점, 빠진 예외, 더 단순한 방법을 묻는다. 같은 코드를 보고도 ChatGPT와 Claude가 다른 부분을 지적할 때가 있다. 이때 쓰는 추가 사용량은 아깝지 않다.

AI 사용량 관리는 무조건 적게 쓰는 일이 아니다. 가치가 낮은 작업에서는 아끼고, 설계와 검증처럼 중요한 순간에는 한 번 더 쓰는 것이다.

에이전트에게는 돈을 쓸 권한도 있었다

Hermes에서 ChatGPT를 Auth 방식으로 연결했기 때문에 대부분 ChatGPT 사용 한도 안에서 처리될 것으로 생각했다. Gemini API도 연결돼 있었지만 내가 직접 지정할 때만 사용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 짐작이 틀렸다.

에이전트가 다른 모델에 작업을 위임할 수 있다면 확인해야 할 항목이 늘어난다.

  • 기본 모델이 무엇인지
  • 서브작업을 다른 모델에 맡길 수 있는지
  • 구독 한도와 별도로 API 요금이 발생하는지
  • 한 작업에서 호출이 얼마나 반복될 수 있는지
  • 비용이 급증할 때 어디에서 멈출지

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는 순간 작업 권한과 AI 자원을 소비할 권한을 함께 주고 있었다. 자율성이 높을수록 비용과 권한의 경계를 더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이번 일 뒤 Gemini API 사용 한도를 약 4만 원에서 1만 원대로 낮췄다. 필요하면 다시 높이면 된다. 평균 사용액보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감당할 최대 금액을 먼저 정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자동충전도 켜지 않기로 했다. 크레딧이 떨어지면 작업은 멈추지만 비용도 거기서 멈춘다. 자동충전이 켜져 있으면 에이전트가 계속 작업하는 동안 다시 충전하고 또 쓸 수 있다. 직접 확인하고 충전하는 한 단계가 안전장치가 된다.

내 기준은 간단하다. 구독 서비스는 남은 사용량을 관리하고, API는 최대 손실 금액을 관리한다.

같은 수업료는 두 번 내지 않기로 했다

AI 비용을 통제하는 목적은 덜 쓰는 데 있지 않다. 바이브코딩과 자동화를 더 오래 계속하기 위해서다. 불필요한 호출로 한도를 소진하면 중요한 설계나 오류 검증에 좋은 모델을 쓰지 못한다.

아직 앱은 세 개뿐이고 수익도 크지 않다. 대신 앱 개발부터 Play Store 심사, 광고 연동, 개인정보와 데이터 안전 항목까지 직접 경험했다. 첫 앱에서 몰랐던 것을 두 번째 앱에서는 알고 시작했고, 두 번째 앱의 실수를 세 번째 앱에서는 줄였다.

처음에는 “100개 만들면 하나쯤 대박 나겠지”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개수보다 다음 앱의 성공 확률을 조금씩 높이는 데 더 관심이 간다. 사용자 반응을 보고 필요 없는 기능을 덜어내는 법, AI로 개발 속도를 높이는 법, API 비용을 통제하는 법도 그 과정에 포함된다.

Gemini API 비용으로 쓴 1만 원도 수업료라고 생각한다. 같은 수업료를 두 번 낼 생각은 없다. 사용 한도를 낮췄고 자동충전을 끄며, 다른 모델을 쓸 때는 비용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100번째 앱이 대박 날지는 알 수 없다. 열 번째에서 나올 수도 있고 끝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첫 번째 앱을 만들던 나와 다음 앱을 만드는 나는 이미 다르다. 지금은 그 차이를 계속 쌓는 쪽에 돈과 시간을 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