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플레이어를 구매하여 음악을 듣기 시작하려고 할 때, 첫 앨범으로 무엇을 살지 꽤 오래 고민했다. 내 경우 그 앨범은 Jennifer Warnes(제니퍼 원스)의 Famous Blue Raincoat: The Songs of Leonard Cohen이었다. 처음에는 Leonard Cohen(레너드 코언)의 노래를 다른 가수가 부른 앨범 정도로 알고 들었다. 그런데 몇 곡을 지나고 나면 이 앨범은 단순한 커버 앨범이 아니라는 느낌이 온다.
특히 First We Take Manhattan은 첫 곡부터 분위기를 확 바꿔놓는다. 곡 자체도 강하지만, Stevie Ray Vaughan(스티비 레이 본)의 기타가 들어오는 순간이 꽤 선명하게 남는다. 화려하게 앞에 나서는 연주라기보다 곡의 긴장감을 한 번 더 밀어 올리는 장면처럼 들린다. 이 곡 하나만으로도 앨범의 첫인상은 충분히 강하다.
표제곡 Famous Blue Raincoat는 더 조용한 방식으로 오래 남는다. Leonard Cohen의 원곡이 가진 편지 같은 구조와 복잡한 감정이 Jennifer Warnes의 목소리를 지나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다. 이 앨범은 늦은 밤에 한 곡씩 넘겨 듣기에도 좋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듣기에도 좋다.

앨범 기본 정보
Famous Blue Raincoat: The Songs of Leonard Cohen은 Jennifer Warnes가 1986년에 발표한 여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제목 그대로 Leonard Cohen의 노래들을 Jennifer Warnes가 다시 부른 앨범이다. 음반은 Cypress Records에서 처음 발매되었고, 이후 Private Music을 통해 재발매되었다.
앨범의 주요 정보는 다음과 같다.
- 앨범명: Famous Blue Raincoat: The Songs of Leonard Cohen
- 아티스트: Jennifer Warnes
- 발매: 1986년 11월
- 프로듀서: Jennifer Warnes, Roscoe Beck
- 주요 곡: First We Take Manhattan, Bird on a Wire, Famous Blue Raincoat, Joan of Arc, Song of Bernadette
- 참여 음악가: Stevie Ray Vaughan, David Lindley, Robben Ford, Vinnie Colaiuta, Van Dyke Parks, Leonard Cohen 등
이 앨범은 발매 후 미국 Billboard 200에 올랐고, 캐나다와 영국에서도 차트에 진입했다. 숫자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앨범이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언급된다는 사실이다. Leonard Cohen의 노래를 다른 목소리로 다시 듣는 대표적인 앨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Jennifer Warnes와 Leonard Cohen의 관계
Jennifer Warnes와 Leonard Cohen은 이 앨범에서 갑자기 만난 관계가 아니다. Jennifer Warnes는 1970년대 Leonard Cohen의 투어에서 백업 싱어로 함께했고, 1984년 앨범 Various Positions에도 참여했다. 그래서 Famous Blue Raincoat는 외부 가수가 유명한 곡을 골라 부른 기획 음반이라기보다, Cohen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알고 있던 사람이 다시 정리한 앨범에 가깝다.
알려진 이야기로는, 이 앨범의 출발점에는 Song of Bernadette가 있었다. Cohen이 1979년 투어 중 Jennifer Warnes의 이 곡 가사 작업을 도운 일이 계기가 되었고, 이후 Warnes는 Cohen의 노래들로 앨범을 만들고 싶어 했다. 다만 당시 음반사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프로듀서 Roscoe Beck은 Leonard Cohen이 당시 A&R 쪽에서는 그리 쉬운 선택지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회상한 바 있다.
이 배경을 알고 들으면 앨범의 성격이 조금 달라진다. Famous Blue Raincoat는 Cohen의 노래를 더 대중적으로 포장한 앨범이라기보다, 오랫동안 곁에서 그 노래를 들어온 사람이 자기 목소리로 다시 편지를 쓰는 앨범처럼 다가온다.
First We Take Manhattan에서 먼저 귀에 걸리는 장면
첫 곡 First We Take Manhattan은 앨범의 문을 강하게 연다. 이 곡은 Leonard Cohen의 1988년 앨범 I’m Your Man에 실리기 전에 Jennifer Warnes의 이 앨범에 먼저 담겼다. 그래서 이 앨범은 Cohen의 노래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당시 아직 공개되지 않았던 Cohen의 다음 시기를 미리 들려준 성격도 있다.
이 곡에서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이름은 Stevie Ray Vaughan이다. 블루스 록 기타리스트로 강한 존재감을 가진 음악가인데, 이 곡에서는 Jennifer Warnes의 보컬과 곡의 어두운 추진력 사이에 날카로운 흔적을 남긴다. 곡을 다 듣고 나면 멜로디보다 먼저 기타의 긴장감이 다시 떠오른다.
First We Take Manhattan은 제목부터 선언적이다. 그러나 노래의 분위기는 단순한 승리감보다 훨씬 복잡하다. 차갑고 단단한 리듬 위에 어떤 결심과 불안이 함께 놓여 있다. 스트리밍으로 이 앨범을 처음 듣는다면 첫 곡에서 잠깐 멈추지 말고, 이 긴장감이 뒤의 조용한 곡들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따라가면 좋다.
Famous Blue Raincoat가 편지처럼 들리는 이유
표제곡 Famous Blue Raincoat는 Leonard Cohen이 1971년 앨범 Songs of Love and Hate에 실었던 곡이다. 노래는 편지 형식으로 쓰였고, 화자와 Jane, 그리고 편지를 받는 남자 사이의 삼각관계를 담은 곡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진 뒤 쓴 편지라고만 말하기에는 감정의 결이 더 복잡하다.
곡 안의 짧은 표현인 “my brother, my killer”는 그 복잡함을 잘 보여준다. 상대를 미워하면서도 완전히 밀어내지 못하고, 상처를 주고받은 관계 안에서도 이상한 친밀감이 남아 있는 듯 들린다. 마지막에 편지처럼 마무리되는 구조 역시 이 노래를 한 편의 고백처럼 만든다.
Jennifer Warnes의 버전은 이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슬픔을 크게 외치는 대신, 이미 지나간 일을 조용히 다시 읽는 사람처럼 노래한다. 이 방식이 Cohen의 원곡과 다른 매력을 만든다. 원곡이 어둡고 문학적인 그림자를 강하게 남긴다면, Warnes의 버전은 그 그림자를 조금 더 가까운 목소리로 들려준다.
특히 좋게 들리는 곡들
이 앨범에서 먼저 들어볼 곡을 고른다면 First We Take Manhattan, Famous Blue Raincoat, Joan of Arc, Song of Bernadette를 꼽게 된다.
First We Take Manhattan은 앨범의 입구다. 곡이 가진 긴장감과 Stevie Ray Vaughan의 참여가 분명한 인상을 남긴다. 이 곡을 좋아했다면 앨범 전체가 너무 조용하게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도 바로 알 수 있다.
Famous Blue Raincoat는 앨범의 중심이다. 제목과 앨범의 정서가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곡이다. 편지 형식의 노래가 가진 거리감과 친밀함이 동시에 살아 있다.
Joan of Arc는 Leonard Cohen이 직접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곡이다. Jennifer Warnes의 목소리와 Cohen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면서 이 앨범이 단순한 헌정이 아니라 실제 대화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Song of Bernadette는 이 앨범의 배경을 생각하며 들으면 더 좋다. Jennifer Warnes와 Leonard Cohen의 협업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고, 앨범 전체의 조용한 품격을 잘 보여준다.
가사에서 느껴지는 정서
Leonard Cohen의 노래는 줄거리보다 정서가 오래 남는다. 말은 간결하지만 그 안에 죄책감, 그리움, 믿음, 거리감이 함께 들어 있다. Famous Blue Raincoat의 “my brother, my killer” 같은 짧은 구절은 사랑과 배신을 한 방향으로만 정리할 수 없다는 느낌을 준다.
이 앨범에서 가사는 설명보다 여백으로 다가온다. Jennifer Warnes는 단어를 과장해서 밀어붙이지 않는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노래의 감정을 자기 경험 쪽으로 가져오게 된다. 누군가와 멀어진 뒤에도 마음 한쪽에 남는 말들, 이미 끝났지만 완전히 끝났다고 말하기 어려운 관계의 흔적이 이 앨범 곳곳에 있다.
가사를 길게 따라 읽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짧은 구절 하나가 마음에 걸리면 그 곡을 다시 듣게 된다. 이 앨범은 그런 식으로 천천히 가까워지는 앨범이다.
스트리밍으로 들을 때 좋은 흐름
스트리밍으로 들을 때는 처음부터 순서대로 듣는 편이 좋다. First We Take Manhattan으로 문을 열고, Bird on a Wire와 Famous Blue Raincoat를 지나면 앨범의 큰 색이 잡힌다. 이후 Joan of Arc에서 Cohen의 목소리가 들어오고, Song of Bernadette와 A Singer Must Die로 갈수록 앨범은 더 조용하고 묵직한 방향으로 내려간다.
처음 듣는다면 세 곡만 먼저 골라도 좋다. First We Take Manhattan으로 시작하고, Famous Blue Raincoat로 중심을 잡은 뒤, Joan of Arc까지 이어서 들으면 이 앨범의 성격이 꽤 잘 보인다. 그다음 마음에 남는 날 Song of Bernadette를 따로 들어도 좋다.
이 앨범은 배경음악처럼 흘려도 되지만, 한두 곡은 가사를 의식하며 듣게 된다. 바로 그 지점이 매력이다. 멜로디가 먼저 들어오고, 다음에는 목소리가 남고, 그다음에는 Cohen의 문장이 천천히 따라온다.
이런 분께 어울리는 앨범
Famous Blue Raincoat는 Leonard Cohen의 노래가 궁금하지만 원곡부터 들어가기가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잘 맞는다. Jennifer Warnes의 목소리는 Cohen의 세계를 조금 더 부드럽게 열어준다. 그렇다고 가벼운 앨범은 아니다. 슬픔과 회한, 오래된 관계의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다.
싱어송라이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늦은 밤에 조용히 들을 앨범을 찾는 사람, 한 곡의 분위기보다 앨범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또한 좋은 커버란 원곡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다시 보여주는 일이라는 점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도 맞다.
마무리 감상
내가 이 앨범을 오래 기억하게 된 이유는 첫 앨범이라는 개인적인 사연 때문만은 아니다. Famous Blue Raincoat는 다시 음악을 듣기 시작하는 순간에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처음에는 익숙한 이름들이 보인다. Jennifer Warnes, Leonard Cohen, Stevie Ray Vaughan. 그런데 듣다 보면 이름보다 노래가 먼저 남는다.
First We Take Manhattan의 긴장감, Famous Blue Raincoat의 편지 같은 쓸쓸함, Joan of Arc에서 들리는 두 목소리의 대화, Song of Bernadette의 조용한 여운이 앨범 안에서 차례로 이어진다. 한 번에 강하게 소비되는 앨범이라기보다, 몇 번을 다시 들으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앨범이다.
Famous Blue Raincoat는 Leonard Cohen의 노래를 Jennifer Warnes의 목소리로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스트리밍 앱에서 앨범명을 검색해 첫 곡부터 천천히 들어보면, 왜 이 앨범이 오래 남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