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리뷰: 히가시노 게이고를 기억하는 한 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표지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1958년생, 향년 68세였다. 아직 새로운 작품을 더 써낼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기에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그는 2026년 7월 23일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985년 《방과 후》로 데뷔한 뒤 41년 동안 106권의 책을 남겼고, 마지막 장편 《영원의 기억》은 그가 떠난 뒤인 8월 5일 출간됐다.

나는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대한 작품 가운데 읽은 책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한 권뿐이다.

그 한 권이 무척 좋았다.

추리보다 사람의 사연이 남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리뷰를 떠올리면 범인이나 사건보다 편지가 먼저 생각난다. 과거와 현재를 건너 편지가 오가고, 무관해 보이던 사람들의 사연이 하나씩 연결된다. 치밀한 구성과 복선은 진실을 추적하는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드러낸다.

시간을 건너 편지가 도착하는 설정도 복잡하지 않다. 서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답장을 주고받게 하는 장치다. 판타지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사람들의 후회와 선택, 서툰 선의가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고민의 무게는 당사자가 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사소한 문제도 당사자에게는 밤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절박할 수 있다. 고민의 크기는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정하지 못한다.

소설 속 답장들은 문제를 대신 해결하지 않는다. 완벽한 정답을 내려주지도 않는다. 답장을 쓰는 사람조차 자신이 도움이 될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도 답장은 사람을 위로한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읽었다는 것, 고민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 서툴게라도 함께 생각해 주었다는 사실이 외로움을 덜어준다. 훌륭한 해결책보다 진지하게 들어주는 한 사람이 더 큰 힘이 되는 순간이 있다.

작은 선의는 어디까지 닿을까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 대부분 알지 못한다. 무심코 건넨 말과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 오래 남기도 하고, 별 뜻 없던 행동이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사람들의 고민과 선택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한 사람의 진심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움직인다. 기적은 누군가의 사연을 끝까지 읽고, 진지하게 생각한 뒤 답장을 보내는 행동에서 시작된다.

책을 읽은 뒤 누군가의 이야기를 조금 더 성실하게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결해 주지 못하더라도 그 고민을 사소하다고 치부하지 않는 일은 할 수 있다.

한 권으로 기억하게 된 작가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오랜 독자도 열성적인 팬도 아니다. 한 작가를 기억하기 위해 많은 작품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 한 권이 삶의 어느 순간에 깊은 위로가 됐다면 그것만으로 의미 있는 인연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내게 그런 책이다.

아직 읽지 않은 그의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다행스럽다. 이제 그 목록에 새 작품이 더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쓸쓸하다. 추리소설이나 판타지소설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삶이 힘들거나 마음 둘 곳이 필요할 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좋은 이야기를 남겨준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