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보
- 제목: 어른의 어휘력
- 부제: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
- 저자: 유선경
- 출판사: 앤의서재
- 출간일: 2023년 5월 1일
- 분량: 308쪽
- ISBN: 9791190710589

어른의 어휘력 리뷰를 쓰게 된 이유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많이 한다는 뜻이 아니다. 때로는 짧은 문장 하나에도 그 사람의 태도와 사고방식이 담긴다. 같은 상황을 두고도 어떤 사람은 거칠게 말하고, 어떤 사람은 정확하게 말한다. 어떤 사람은 감정을 뭉뚱그려 표현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마음을 조금 더 세밀하게 짚어낸다.
유선경 작가의 『어른의 어휘력』은 바로 그 차이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어려운 낱말을 많이 외우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장면 속에서 단어가 어떻게 감정과 태도, 이해의 깊이를 바꾸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이 어른의 어휘력 리뷰는 단순한 독후감이라기보다, 내가 내 말버릇을 돌아보게 된 기록에 가깝다.
어휘력은 지식보다 태도에 가깝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어휘력이 단어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낱말을 많이 아는 사람은 지식을 뽐내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조금 더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에 가깝다. 감정이 복잡할 때 “기분이 나쁘다”라고만 말하는 것과 “께끄름하다”, “스스럽다”, “데면데면하다”처럼 상태를 나누어 말하는 것은 다르다.
표현이 세밀해지면 감정도 조금 덜 거칠어진다. 나를 설명하는 말이 많아질수록 남을 단정하는 말은 줄어든다. “저 사람은 이상하다”라고 말하기 전에 “말본새가 퉁명스럽다”, “상황을 싸잡아 말한다”, “변죽만 울린다”라고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만큼 판단도 조금 늦춰진다.
어른의 말에는 이런 여유가 필요하다. 꼭 고상한 단어를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쓰는 말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닿을지 한 번 더 생각하는 태도,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어른의 어휘력에 가깝다.
낱말을 외우는 책이 아니라 삶을 읽는 책
『어른의 어휘력』의 장점은 낱말을 사전처럼 나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작가는 일상적인 경험과 생각을 풀어내다가, 그 안에 어울리는 말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독자는 낱말을 외운다기보다 장면과 함께 받아들인다. 그래서 단어가 조금 오래 남는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옛날 생각에 잠기는 대목이 있었다. 어떤 단어는 오래전 들었던 말처럼 낯익었고, 어떤 단어는 뜻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어휘력은 결국 세상을 보는 해상도와도 관련이 있다. 아는 말이 적으면 세상이 단순해 보인다. 아는 말이 늘어나면 사람의 표정, 감정, 관계, 상황의 결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그렇다고 이 책에 나온 낱말을 모두 외울 필요는 없다. 단어를 억지로 외우는 순간 독서는 숙제가 된다. 다만 몇 개의 말이라도 내 말과 글 안으로 들어오면 충분하다. 하루에 하나라도 정확한 단어를 만나고, 언젠가 적절한 순간에 써보는 경험이 쌓이면 말의 결이 조금씩 달라진다.
기억해두면 좋은 단어 30개
원본 메모에는 책에 나온 단어를 많이 적어두었지만, 블로그 글에서는 일상과 글쓰기에서 비교적 자주 활용할 만한 단어 위주로 30개 이내로 추렸다. 낯선 말도 있지만, 뜻을 알고 나면 생각보다 쓸 자리가 있는 단어들이다.
- 오롯이: 모자람 없이 온전하게.
- 데면데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감 없이 예사로운 모양.
- 싸잡다: 여러 대상을 한꺼번에 같은 범위 안에 넣어 말하다.
- 헤집다: 이리저리 젖히거나 뒤적이다.
- 손거스러미: 손톱 주변에 살갗이 일어난 것.
- 책갈피: 책장과 책장 사이, 또는 읽던 곳을 표시하는 물건.
- 서표: 읽던 곳을 찾기 쉽게 책갈피에 끼워두는 종이나 끈.
- 글눈: 글을 보고 이해하는 능력.
- 안다니: 무엇이든 잘 아는 체하는 사람.
- 트레바리: 이유 없이 남의 말에 반대하기 좋아하는 성향이나 사람.
- 끌끌하다: 마음이 맑고 바르고 깨끗하다.
- 달구치다: 어떤 일을 재촉하려고 몰아치다.
- 아퀴: 일을 마무르는 끝매듭.
- 사달: 사고나 탈.
- 되우: 아주 몹시.
- 스스럽다: 서로 정분이 두텁지 않아 조심스럽다.
- 말본새: 말하는 태도나 모양새.
- 깐보다: 형편이나 기회를 마음속으로 가늠하다.
- 께끄름하다: 마음에 걸려 내키지 않다.
- 퉁맞다: 말하다가 매몰스럽게 핀잔을 듣다.
- 어금버금하다: 정도나 수준이 서로 엇비슷하다.
- 적바림: 나중에 참고하려고 간단히 적어두는 일이나 기록.
- 깜냥: 스스로 일을 헤아릴 수 있는 능력.
- 남세스럽다: 남에게 놀림이나 비웃음을 받을 듯하다.
- 변죽: 그릇이나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 흔히 핵심에서 벗어난 주변부를 뜻할 때 쓴다.
- 고갱이: 풀이나 나무의 한가운데 연한 심. 핵심을 비유할 때도 쓴다.
- 잡도리: 단단히 준비하거나 대책을 세우는 일.
- 해찰하다: 마음이 내키지 않아 이것저것 부질없이 건드리다.
- 옹골지다: 실속 있게 속이 꽉 차 있다.
- 찬찬히: 꼼꼼하고 차분하게.
이 단어들은 일부러 어려운 말을 쓰기 위한 목록이 아니다. 오히려 내 감정과 상황을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기 위한 작은 도구에 가깝다. 예를 들어 “마음이 불편하다” 대신 “께끄름하다”를 쓰면 감정의 결이 조금 분명해진다. “마무리” 대신 “아퀴”라는 말을 떠올리면 문장에도 다른 리듬이 생긴다.
말의 품격은 결국 이해의 깊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휘력은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기술만은 아니라고 느꼈다. 어휘력은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 지금 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해하는 힘이다. 단어가 많아지면 감정이 잘게 나뉘고, 감정이 나뉘면 말이 조금 덜 거칠어진다.
물론 현실에서는 짧고 빠른 말이 편하다. 메시지는 줄어들고, 표현은 단순해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어휘를 되찾는 일은 더 중요해진다. 말이 단순해지면 생각도 단순해지기 쉽다. 반대로 좋은 단어를 하나씩 익히면 생각의 길도 조금씩 넓어진다.
『어른의 어휘력』은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 책이면서 동시에 태도의 책이다. 더 멋진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 더 정확하고 조심스럽게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읽을 만하다.
읽고 난 뒤 남은 생각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쓰는 말이 생각보다 좁다는 것을 느꼈다. 아는 단어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알고 있는 단어조차 자주 꺼내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쓰던 말만 쓰면 감정도 늘 쓰던 방식으로만 정리된다.
어휘를 늘린다는 것은 낯선 말을 억지로 외우는 일이 아니다. 마음에 남은 단어를 하나씩 내 문장 안으로 들이는 일이다. 그렇게 단어가 쌓이면 말의 표정도 달라진다. 그리고 말의 표정이 달라지면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조금 달라진다.
마무리
『어른의 어휘력』은 단어를 많이 알고 싶은 사람보다, 말과 글의 태도를 조금 더 다듬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 말을 자주 해야 하는 사람, 나이 들수록 말의 품격을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차분히 권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