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농장』을 읽고: 일상의 표면 아래 자라는 불안

어떤 불안은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지만, 우리가 모른 척했을 뿐이다. 평범한 하루, 익숙한 관계, 별일 없어 보이는 대화 속에 그것은 조용히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일상이 안전하다는 믿음은 생각보다 얇은 막 위에 놓여 있었다는 것을.

성혜령의 첫 소설집 『버섯 농장』은 바로 그 얇은 막 아래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수록된 이야기들은 과장된 사건으로 독자를 몰아붙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뉴스와 일상에서 이미 보았거나 들었을 법한 현실적 소재를 통해 삶의 긴장과 무력감, 관계의 단절을 차갑게 비춘다. 그래서 더 불편하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도서 정보

버섯 농장
  • 제목: 버섯 농장
  • 저자: 성혜령
  • 출판사: 창비
  • 출간일: 2024년 4월 5일
  • 분량: 268쪽
  • ISBN: 9788936439538

건조한 문장으로 드러나는 현실의 균열

『버섯 농장』에는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들은 대체로 냉정하고 건조한 분위기를 가진다. 감정을 과하게 설명하지 않고, 인물을 쉽게 위로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일상적인 장면 안에 숨어 있는 위험과 균열을 천천히 드러낸다.

표제작 「버섯 농장」은 휴대폰 명의 도용을 다루고, 「윤소정」은 보이스피싱을 떠올리게 한다. 「사태」에는 반려견의 과거 학대가, 「주말부부」에는 외국인 공장노동자와 마약이라는 소재가 등장한다. 하나하나가 낯선 사건이라기보다 이미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집의 서스펜스는 특별한 장르적 장치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어서 생기는 긴장감에 가깝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감각,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미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감각이 이야기를 따라다닌다.

가볍게 읽히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소설들은 읽고 나서 마음이 편해지는 종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인물들은 분명 평범해 보이지만, 그 평범함 속에는 계급의 불평등, 관계의 단절, 삶의 피로와 불안이 엉켜 있다. 누군가는 속고, 누군가는 밀려나고, 누군가는 끝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일이 무의미하게 어둡지만은 않다. 소설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타인의 삶을 잠시 멈춰 보게 한다. 뉴스에서는 사건으로만 소비되는 일들이 소설 속에서는 한 사람의 생활과 감정, 선택과 체념으로 되살아난다. 그때 독자는 사건의 바깥에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잠시 그 삶의 내부를 지나가는 사람이 된다.

특히 「윤소정」은 마음 한편에 오래 남았다. 친한 친구 사이이지만, 서로의 내면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겉으로만 쿨한 척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가까운 관계라고 해서 반드시 깊이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까워서 더 말하지 못하는 감정도 있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놓치는 마음도 있다. 이 작품은 그런 관계의 헛헛함을 조용히 건드린다.

고통의 경험이 만든 시선

성혜령 작가는 청소년 시절 암 판정을 받고 여러 차례 다리 수술과 긴 항암 치료를 겪었다고 한다. 한 작가의 생애를 작품 해석의 전부로 삼을 수는 없지만, 그런 경험이 삶과 죽음, 고통과 생존에 대한 감각을 깊게 만들었으리라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든다.

『버섯 농장』의 인물들은 쉽게 구원받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을 함부로 소비하지도 않는다. 힘든 삶을 낭만적으로 꾸미지 않고, 고통을 교훈으로만 바꾸지도 않는다. 대신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바라보게 한다. 그 시선이 차갑게 느껴지면서도 이상하게 공감과 위로를 남긴다.

위로는 반드시 따뜻한 말로만 오지 않는다. 때로는 누군가가 내 어둠과 비슷한 세계를 정확히 바라봐줄 때 찾아온다. 지금 현재가 힘든 사람이라면, 이 소설들 속에서 불편함과 함께 이상한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세상이 밝게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작은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읽고 난 뒤 남은 생각

『버섯 농장』을 읽고 나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질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표면은 평범하지만, 그 아래에는 쉽게 말해지지 않는 불안과 상처가 있다. 소설은 그 아래를 들추어 보이며 묻는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리고 내 곁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균열이 자라고 있는지 제대로 보고 있는가.

이 책의 문장은 친절하게 손을 잡아주는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독자를 현실의 어두운 곳으로 데려가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게 한다. 그 경험은 가볍지 않지만 필요하다. 소설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우리가 직접 겪지 않은 삶을 통과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편안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읽고 난 뒤에는 타인의 불안과 무력감을 조금 더 섬세하게 상상하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집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마무리

『버섯 농장』은 밝고 따뜻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독자보다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인간관계의 불안을 문학적으로 마주하고 싶은 독자에게 어울리는 소설집이다. 건조한 서스펜스와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오래 남는 감각을 전하는 첫 소설집이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