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라는 단어는 대체로 부끄러움과 함께 온다. 잘 준비하지 못했다는 자책,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결과,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를 줄이려 하고, 가능하면 감추려 한다. 그런데 에이미 에드먼드슨의 『옳은 실패』는 그 익숙한 반응을 조금 다른 자리로 옮겨놓는다.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실패는 횟수보다 방법이 중요하다. 실패를 많이 했다고 반드시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실패를 피했다고 반드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실패였는지, 그 실패가 어떤 맥락에서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이다.
도서 정보
- 제목: 옳은 실패
- 부제: 실패는 횟수가 아니라 방법이다
- 저자: 에이미 에드먼드슨
- 옮긴이: 최윤영
- 출판사: 시공사
- 출간일: 2024년 8월 30일
- 분량: 432쪽
- ISBN: 9791171257294
실패에도 종류가 있다
책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실패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에드먼드슨은 실패를 크게 교훈적 실패, 기본적 실패, 복합적 실패로 나눈다. 이 구분은 실패를 감정적으로만 받아들이던 태도에서 벗어나게 한다.
기본적 실패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거나 이미 가진 지식을 활용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실패이다. 시리얼을 냉장고에 넣고 우유를 찬장에 넣는 일처럼 단순한 실수에 가깝다. 이런 실패는 반복될수록 배움이라기보다 관리의 문제에 가까워진다.
복합적 실패는 더 어렵다. 여러 원인이 얽혀 일어나며, 한 사람의 부주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조직, 시스템, 환경, 의사소통의 균열이 함께 작동한다. 큰 사고와 재난이 대개 이 범주에 속한다. 이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몰아가면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한다.
반면 교훈적 실패는 새로운 영역에서 가치 있는 목표를 추구하다가 생긴 실패이다. 충분히 준비했고, 위험을 가능한 한 줄였으며, 그럼에도 미지의 세계를 탐색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면 그 실패는 낭비가 아니다. 이 책이 말하는 ‘옳은 실패’는 바로 여기에 가깝다.
실패를 배우기 어렵게 만드는 마음
우리가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이유는 지식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마음이 먼저 방어한다. 남 탓을 하고 싶어지고, 이미 들인 시간과 비용 때문에 멈추지 못하며, 자신이 믿고 싶은 근거만 붙잡게 된다. 실패를 공유하는 일도 쉽지 않다. 실패를 말하는 순간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를 숨기면 배움도 함께 사라진다. 실패를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을 비난하는 일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보는 일이다. 책에서 말하는 자기 인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하다. 내 안의 방어적 반응을 알아차리고, 잠시 멈추고, 실패를 다른 언어로 다시 바라보는 힘이다.
생각을 리프레임한다는 말은 거창하지만, 일상에서는 의외로 단순하다. “나는 왜 이걸 못했을까”에서 “이 상황은 무엇을 알려주고 있는가”로 질문을 바꾸는 것이다. 질문이 바뀌면 실패의 무게도 조금 달라진다. 실패는 나의 전부를 평가하는 판결문이 아니라 다음 선택을 위한 자료가 된다.
맥락과 시스템을 보는 눈
이 책은 실패를 개인의 의지나 태도 문제로만 다루지 않는다. 상황 인식과 시스템 인식을 함께 강조한다. 어떤 맥락에서는 실수를 줄이는 표준화가 중요하고, 어떤 맥락에서는 복잡성을 줄이는 협업과 점검이 중요하다. 또 새로운 맥락에서는 작은 실험과 빠른 학습이 필요하다.
이 구분은 조직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적용된다. 익숙한 일을 반복하는 영역에서는 꼼꼼함이 중요하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일에서는 혼자 해결하려는 태도보다 구조를 살피는 능력이 중요하다. 처음 해보는 일에서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크게 다치지 않으면서 빨리 배우는 것이 목표가 된다.
시스템을 본다는 것은 책임을 흐리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을 더 정확히 놓기 위한 태도이다. 모든 문제를 한 사람의 부족함으로 설명하면 마음은 잠시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실패를 제대로 다루는 사람과 조직은 “누가 잘못했는가”에서 멈추지 않고 “어떤 조건이 이 결과를 만들었는가”까지 묻는다.
읽고 난 뒤 남은 생각
『옳은 실패』를 읽으며 실패에 대한 태도가 조금 정리되었다. 실패를 무조건 긍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실패가 좋은 것도 아니고, 반복되는 기본적 실패를 성장의 증거처럼 포장해서도 안 된다. 다만 새로운 시도 앞에서 실패 가능성 때문에 멈춰서는 것도 삶을 너무 좁게 만든다.
책의 마지막 메시지는 결국 대담성에 닿아 있다. 사람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오래 후회한다.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시도할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옳은 실패는 무모함이 아니라 신중한 용기이다. 위험을 줄이되 배움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이다.
나이가 들수록 실패를 피하고 싶어진다. 잃을 것이 많아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실패를 없애는 능력이 아니라 실패를 제대로 분류하고, 받아들이고, 다음 행동으로 바꾸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실패를 다루는 방식이 결국 성장의 방향을 결정한다.
마무리
『옳은 실패』는 실패를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실패의 가능성을 삶과 조직의 학습 자원으로 바꾸는 책이다.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사람,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망설이는 사람, 조직 안에서 실패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특히 의미 있는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