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명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 머쓱해진다. 내가 말했을 때는 별 반응이 없던 경험이, 다른 사람의 입을 거치면 훨씬 재미있게 들린다. 말재주나 유머 감각의 차이겠거니 했는데, 이기원 작가의 『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를 읽고 나니 이야기의 구성도 한몫하는 것 같았다.
제목을 보고는 문장을 잘 쓰는 방법을 기대했다. 다 읽고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법에 가까운 책이었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을 쓰는 사람에게 유용하겠지만, 나는 회사나 여행에서 겪은 일을 남에게 들려줄 때도 떠올릴 만한 내용이 많았다.
『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 이야기를 만드는 세 가지 축

- 제목: 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
- 부제: 스토리의 힘을 키우는 작법 수업
- 저자: 이기원
- 출판사: 오늘산책
- 출간: 2026년 7월 1일 · 268쪽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 1부는 로그라인, 주제, 하이 콘셉트를 통해 이야기의 방향을 잡는다.
- 2부는 주인공과 매력, 감정이입, 딜레마, 적대자·조력자·멘토 등 인물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 3부는 영웅 서사와 패러다임 이론 등 전체적인 서사 구조를 다룬다.
설명을 따라가기 쉬웠던 이유는 영화와 드라마 사례가 풍부해서다. 이론만 읽으면 막연하게 느껴질 내용을 익숙한 작품에 대입하니 이해가 빨랐다. 이미 본 장면을 떠올리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A > B’로 압축하니 보이는 것
복잡한 개념을 공식처럼 단순하게 설명하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주제는 ‘A > B’로 표현한다. 작품이 어떤 가치를 다른 가치보다 중요하게 여기는지 압축해보는 것이다. 하이 콘셉트도 ‘작품 A가 작품 B를 만나다’라는 간단한 형태로 설명한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단순하게 설명해도 되나 싶었다. 그런데 작품 사례와 함께 읽다 보면 “아, 그래서 이런 거였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용어를 외우기보다 알고 있던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방식이었다.
인물의 매력을 설명하는 공식도 기억에 남았다.
- 매력 = 동경심 + 동질감
- 치명적 매력 = 동경심 + 동정심
멋지고 능력 있는 모습에서 동경심을 느끼고, 나와 비슷한 면을 발견하면 친근해진다. 상처나 결핍이 보이면 그 인물에게 더 강하게 마음이 간다. 실제 캐릭터를 떠올려보니 꽤 설득력이 있었다. 사람이 어떤 인물에게 끌리는지를 오래 관찰한 작가의 통찰이 느껴졌다.
영웅 서사의 12단계에서 떠오른 《오디세이》
후반부에서 영웅 서사의 12단계를 읽을 때는 얼마 전 본 영화 《오디세이》가 떠올랐다. 책에서 이 영화를 직접 사례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 구조에 대입해보니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디세이》 리뷰를 쓸 때도 이 책을 읽는 중이었다. 당시에는 스토리를 ‘욕망을 가진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으로 설명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다 읽고 나니 영화의 흐름을 살펴볼 틀이 조금 더 생겼다.
앞으로 볼 드라마나 영화도 이런 식으로 하나씩 분석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어떤 욕망이 주인공을 움직이는지, 어디서 딜레마가 생기는지, 인물에게 마음이 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보는 것이다.
다음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해보고 싶다
나는 꼭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써야만 이 책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나 여행 중 겪은 일을 들려주는 것도 작은 스토리다. 같은 경험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잘 쓰는 법을 배우는 일이 어느 정도는 잘 말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는 268쪽으로, 익숙한 작품을 떠올리며 읽다 보니 부담 없이 읽혔다. 창작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자신의 경험을 더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쓸모가 있겠다.
다음에 보는 영화나 소설에 책에서 배운 개념을 대입해볼 생각이다.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나도 사람들 앞에서 내 경험을 조금 더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